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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팠지만 나아지기 위한 경험들

섬유성 골 이형성증 수술 후기 (Fibrous Dysplasia)

by Mia_Unnie 2019. 8. 6.

16살 중학교 3학년 때, 다리 근육통이 일주일이 다 되어가는데 낫질 않고 아파서 걷는 게 불편했다.

같이 하교하는 단짝친구가
"어제 '세상의 이런일이'를 봤는데 무릎에 바늘이 박힌 남자가 10년넘게 모르고 살았대! 너도 병원가봐!"
란 말에 정형외과를 간 게 시작이었다ㅋㅋㅋ
(지금 생각해도 그 말에 겁먹은 내가 좀 웃길뿐 ㅋㅋ)

막상 병원에 가보니 뼈 속에 뭐가 있으니 대학병원을 가보라는 소견서를 받아들고 난 겁을 지레먹었지만 별일 아닐 수도 있단 생각에 병원에 가서 처음 보는 CT며 MRI며 다 찍어보게 되었다.

대학병원에서 진단 받은 건
섬유성 골 이형성증(Fibrous Dysplasia)였다.

뼈가 섬유종으로 변형되는 증상인데 가만두면 점점 증식되거나 아니면 그대로 자리만 잡고 있을 수도 있는 증상이다. 가만히만 있다면 수술을 안하고 살아가도 된다. (심지어 평생 갖고 있는데도 모르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나의 경우엔 성장기라 그런 가 점점 섬유종이 커져서 신경을 눌러서 통증이 계속적으로 왔고, 뼈 부위가 점점 얇아지고 결국엔 뼈가 부서질 수도 있다고하여 내 진료를 맡은 교수님이 수술을 권했다.

그리고 의사분들도 항상 무언갈 진단할 때는 역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말씀하시기에
(병도 정말 사람마다 가지각색 변형되고 일어나기에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한다.)
막상 수술대위에 열었을 때 악성종양일(암, 골종양)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하여 수술을 앞둘 때마다 잠자리에 들기 전 혼자 조용히 울었다.

이 나이에 세상을 뜰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서 말이다. 그 당시 무서웠던 내가 가장 많이 했던 건 인터넷 검색!

병에 대해서 알아볼 수록 무서움만 증폭되고
결국엔 '나와 같은 병을 앓은 이들이 없을까?' 하면서 블로그 글이며 카페글이며 구글링까지 이래저래 찾아보던 중 가장 큰 도움이 됐던 글은

수술을 받고 난 뒤 건강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후기들이었다.

첫 수술하던 16살 때

16살, 1번째 수술: 골파술(섬유종 부분의 뼈를 긁어내는 술) 및 다른 기증자의 뼈이식받고 핀삽입

18살, 2번째 수술: 삽입된 핀 제거술

20살, 3번째 수술: 이식받은 뼈가 녹고 섬유종 재발하여 더 커짐. 다시 골파술 후 기증자 뼈 이식 후 뼈주위에 암세포도 못들어온다는(?) 세멘트를 씌우고 핀삽입.

22살, 4번째 수술: 삽입된 핀 제거술(제거술 하던 도중 나사가 다리사이 뼈로 떨어져서
현재도 엑스레이 찍으면 내 다리 뼈 속에 나사가 보인다.^^;; 사는데 이상없으면 되겠지 하고 속상했지만 걍 넘어감.)

4번째 수술 후 병문안 온 친구들과 찍은 사진들

26살, 5번째 수술: 이식받은 뼈들이 모두 섬유종으로 변질, 이 전보다 더 크게 3번째 재발함.
이미 성인이고 성장이 멈췄기에 골파술 후
녹기 쉬운 타인 뼈가 아닌 나의 두덩뼈(흔히들 '치골'이라고 부름)를 사용하기로 하여
오른쪽 두덩뼈를 깎아서 그 뼈로 이식.
그 뒤 한달 간 포스테오 주사를 매일 배에 스스로 주사함. (엄마는 내가 스스로 주사하는 모습보고 많이 우셨는데 사실 별로 안 아파서 응? 하나도 안 아파~ 하고 일부러 웃으면서 주사주사- 약간의 따끔? 혼자 슥슥- 소독솜으로 소독하고 주사하고 다시 슥슥- 소독 ㅋㅋㅋ)

수술 직후 부목과 피주머니를 찬 사진 (좌) / 수술 후에 다들 얼굴 미백했냐며 창백해진 얼굴 검사하느라 찍어본 셀카ㅋㅋ(우)


근데 주치의쌤 말이 뼈를 이식받은 데 보다 깎은데가 더 아플거라는데.

그 말씀은 정말이었다.
한 달간 웃지도 못하고 재채기도 못했다 ㅋㅋㅋ

퇴원 후 집에왔는데 팡이가 나를 보고 반가워서 달려오는뎈ㅋㅋ 진짜 지금 생각해도 공포스러웠닼ㅋㅋ!!!!!! 놀란 동생이 내게 달려오는 팡이의 꼬리를 잡다가 거실 바닥에 철푸덕 넘어지고ㅋㅋㅋㅋ 팡이도 내게 점~~프하다가 동생에세 꼬리잡혀서 바닥에 철푸덕 ㅋㅋㅋ

몸이 떨릴때마다 뼈 깎은데가 너무 아파서
이런게 바로 뼈를 깎는 고통이구나 했다.
심지어 울 수도 없었다 울면 코- 크응 하고싶고 몸이 떨리지 않는가? 몸 떨리면 너무 아파섴ㅋㅋㅋㅋ아무튼 좀 아픈 와중에도 웃는 내가 웃겼다.
(지금도 운동하다 너무 아프고 힘들면 웃음이 나오는데 이 때부터 생긴 습관이 아닐까싶다. 내가 아픈 거 때문에 다른 사람들 속상하거나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크다.)

언니 오빠들이 힘내라며 병문안 때 사온 꽃다발ㅋㅋ
나도 건강해지면 꼭 내 수술경험 후기를 써야지 했는데...그 게으름을 미루고 미루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수술 후 입원 당시 정말 많은 친구들이며 언니, 오빠들, 후배들, 직장 상사, 동료들이며 와 주어서 너무 감사했다.. (수술하기 당시 재직하던 직장 동료 뿐만 아니라 그만둔 전 회사 동료들까지 다 와 주었다ㅠㅠ)
엄마도 내가 주변사람이 많은 건 알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줄은 몰랐다며
내 인간관계에 내심 뿌듯해 하셨다.

그리고 가족들에게 제일 고마웠다.
두 발을 못쓰니 정말 24시간 내내 내 손과 발이 되어주었다.

그 때의 고마움이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사람이 정말 아프고 힘들 땐 사람이 간절해지더라. 아무리 아파도 날 찾아주는 이들이 와주니 아프고 짜증나다가도 힘이나고 시간이 빨리 흘러갔다.

그래서 지금은 건강하게 살고 있는 중이다.
역시 수술받기 전 만큼 아무렇지 않은 다리는 아니지만 그래도 내 두 다리로 멀쩡히 걸어다닐 수 있는 일상 생활에 매우 감사하다.

수술 관련해서 더 자세한 궁금하신 사항이 있으시면 본 포스팅에 비밀 댓글 부탁드립니다.
도움이 된다면 제가 아는 선에서 개인적인 경험 공유해드리겠습니다.

+) 추가로 최근에 찍은 영상 올립니다 :)

https://youtu.be/GjO7zpxC3X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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