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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 생각

오늘의 일기 - 하네스 전문 제조(Assy) 업체 대승전자에서 일하다

by Mia_Unnie 2019. 12. 1.

날씨에 기분이 영향받지 않던 나인데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멜랑꼴리했다.

새벽까지 이런저런 생각에 뒤척이며 잠을 못 이루다 늦게잤음에도 불구하고 눈이 저절로 떠졌다. 헬스장을 갈까하던 중에 부모님 회사의 오더 물량이 많아 일찍 출근하신 모습을 보고 운동복을 갖춰입고 대승전자로 향했다. 일을 마치고 바로 헬스장으로 향할 생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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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이상 전문 케이블,몰딩 전문업체 (하네스,리드와이어,파워코드 등)

ds-harness.com



오늘의 일은 고속도로공사의 터널 및 고속도로 LED등에 들어갈 케이블 작업.

새 장갑을 끼고 작업에 임했다.

완성된 케이블을 보면 어릴 적 생각이 난다.
어린이집에 가지않고 유치원에갈 5살이 될 때 까지 나의 놀이터는 대승전자였다. 내 생일보다 대승전자가 한살 더 많으니 올해로 벌써 32년차 된 회사다.

유치원에 가기 전인 어릴 적의 나는 케이블과 압착기의 쇠단자밥을 갖고 소꿉놀이를 하기도하고 아주 어릴 적엔 쇠 단자밥을 입에 넣고 먹는 바람에 혓바닥과 잇몸에서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헤실헤실 웃고있는 엄마가 어린 나를 안고 울면서 병원으로 향했던 에피소드도 있었다.
또 한 번은 지금 내 나이 때 엄마가 무리한 야근에 잠시 눈이 감겨 압착기에 손을 찧어서 손가락이 절단될 뻔한 적도 보면서 심장이 철컹했던 때도 있었다.

초,중,고,대학교 그리고 사회에 나와서도 가끔 주말이나 퇴근 후에도 부모님을 도와 공장 일을 해왔다. 그래서인지 중학교 기술시간에 반에서 남,녀 통틀어서 납땜 작업으로 소리나는 부저를 1등으로 깔끔하게 완성했다! 당시 기술 쌤도 여자애가?? 라는 의아한 표정을 짓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냥 난 1등한 게 너무 기뻤기에ㅋㅋㅋ
사실 납땜은 엄마가 위험하다고 시켜주지도 않았는데 서당개 3년마냥 어깨너머로 보며 배우던 게 있어서 무섭거나 어렵게 느끼질 않았던 거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새로운 기술이나 지식을 접할 때 두려움보다 행동으로 먼저 익히려 하는 건 엄마, 아빠의 불굴의 도전정신의 영향을 받아서-가 아닐까싶다. 엄마 아빠도 처음엔 같은 전자지만 다른 소규모 분야로 시작하셨다가 점점 더 영역을 넓혀가셨다. 초등학교 때 기억나는 모습 중 하나는 아빠가 퇴근 시간 이후에 나이 40대에도 컴퓨터 개인 과외를 받으며 한글 프로그램을 익히고, 견적서를 예쁘게 만들려하고 50대에는 홈페이지 관리를 신청하신 뒷모습들이 기억난다.

사업이란것도 하다보니 힘이들어 아파트에서 월셋집까지 밀려나 거기에서도 더 어려워져 부모님이 진지하게 공장에서 네 식구가 살까-생각했던 때도 있었다. 샤워 시설도 없는 공장에서 두 딸들이 학교에가고 회사를 다닐 생각을 하니 부모님은 이 아찔함에 눈물을 훔치고 더 악착같이 일하셨던 나날들에 너무 감사했다. 그러고 난 뒤 우리만의 보금자리를 자가로 다시 살 수 있게 되었을 때 입주일과 이삿날이 조금 붕떠서 회사에서 돗자리와 이불을 깔고 잔적도 있었는데 무섭긴 했어도 우리의 새 집으로 갈 수 있단 행복감에 우리 네식구는 참 행복했었다. 이삿날에 새 집 거실에서 넷이 부둥켜 안고 힘든 나날 잘 버텨왔다며 울면서 서로를 다독이기도 했다.

내일 아침 출고를 기다리는 완제품을 담은 상자들과 케이블들

어릴 땐 부모님이 하시는 일이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친구들이 중고딩 때 공부 못하면 공순이-공돌이-된다라는 식으로 말하던 게 상처여서 잠시 주눅들었었던 적도 있지만 이내

"그래! 우리 엄마아빠가 공돌이 공순인데,
근데 그게 뭐 어때서??
엄청 인정받고 큰 일들도 많이 하시거든!!"

하면서 먼저 말하곤 했다.

케이블 수량을 센 뒤 탈피 작업에 들어갔다.
나는 나름 탈피 작업 경력만 15년자다. :)

하단에 발판이 있는데 그걸 밟으면
열로 뜨겁게 달구어진 쇳덩이 윗부분이 내려와서
케이블의 피복을 살짝 벗기는 작업이다.
(화상주의! : 허나 한 번도 입은 적은 없었다.
그 뒤엔 대부분 압착기 작업이 이뤄진다.


한창 탈피 작업을 많이할 땐 연속으로 8시간 한 적도 있는데 계속 발판을 힘주어 밟다보니 웬만한 장거리 주행보다 다리에 피곤함이 들지만 부모님의 이런 한땀한땀 공정 작업들로 완성된 케이블 하네스들이 내가 사는 곳곳에 원동력으로 들어간다 생각하니 가슴이 벅찼다.

이전에 LG CNS에서 의뢰받은 티머니(T-money)게이트에 들어갈 케이블 작업 시엔 평일엔 내가 학교를 다니니 금요일 밤부터 토요일 점심까지 꼬박 하루 15시간 동안 일하고 집에와 쓰러져 잔 적도 있었다. 그래도 티머니 카드 찍을 때마다 웬지 모르게 뿌듯뿌듯하다- :)

일을 마치고 헬스장으로 향해서 스트레칭- 심폐지구력 강화를 위해 런닝머신을 1키로 달리기 - 으아아아 하면서 웨이트 트레이닝 삼매경- 쿨다운 스트레칭을 마치고 집에와 잠시 쓰러졌다. 하지만 다시 동생이 사온 단백질 파우더 쉐이크를 냠냠해먹고 클라우드 공부를 10시까지 하다가 티스토리 작성 중 :-)
오늘도 나름 보람찬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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