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열심히 운영하던 네이버 블로그의 게시글들을 2017년에 모조리 삭제했다.
세상에 내 흔적들을 하나도 남기고 싶지 않았던 우울한 시기였던 게 이유였다.
그런데 당시 미처 몰라서 지우지 않았던 2014년에 내가 작성한 프로필에 나의 신념 글을 발견했다.
이상하게 마음이 뭉클했다. 잊고있던 20대의 나와 5년 만에 다시 마주한 기분이었다.
지금보다도 상대적으로 더 세상과 사람에 대한 기대가 순수하고 애정과 열정이 넘치던 사람.
이 작은 글에도 마음을 담은 이들의 댓글들이 반가웠다.
그 와중에 깨알같이... 내 단골 헤어샵의 원장님인 강희쌤 댓글 보고 빵터졌다ㅋㅋㅋ
최근에 만난 나를 5년 가까이 봐온 친한 리미언니가 내게 뜬금포로 말했다.
"내 주변에 너처럼 이상형을 그렇게 자세하게
묘사할 줄 아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 거 같아."
다른 사람은 어떠냐고 물으니, 대부분은 상상 속의 유니콘처럼, 만남이 이뤄지질 않을 연예인처럼 이랬음 좋겠고- 저랬음 좋겠고- 넓게 말하는 편이란다. 나의 경우는 외모 묘사 시 눈꺼풀 모양, 눈매의 모양, 눈썹, 피부, 치아 형태로 시작해서 옷 스타일, 돈/직업/가족관계에 대한 가치관, 좋아하는 음식, 선호하는 여행 스타일까지 뚜렷하게 나와 맞는 사람이 어떤 지를 파악하는 걸 보면 너는 참 너가 무얼 좋아하고 어떤 사람에게 끌리는 지 뚜렷하게 아는 거 같다며 언니가 히야-라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하여튼 말 참 잘해~ 라며. (그 말엔 "아니 전혀..."라고 대답한 나였다.)
내 스스로에 대한 반성이 깊어지는 시기인지라 스스로가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 지를 깨닫고 잊고 싶던 기억들이 내 머리 속을 괴롭히고 있던 중에 이런 상태로는 내 자존감을 지키기가 참 힘들다 생각했다. 최근 들어 악몽을 자주 꿨는데 그 중 2번째로 가장 무서웠던 꿈은
**아래는 제가 꾼 악몽 스토리입니다**
(밤에 혼자 읽지 마세요. 저도 꾸고 밤에 너무 무서웠거든요 ㅠㅠ)
내가 얼음물이 담긴 물탱크 같은 곳에서 알몸으로 덜덜 떨고 있었다. 너무 추워서 입김이 나오는 모습마저도 생생했다. 그러던 중 내 앞에 하얗게 공포에 질려 나와 같은 처지의 한 여자가 있었다. 그 여자를 바라보는데 여자 옆에 하얀 무언가가 붕- 떠오르는 게 아닌가.
쳐다보니 정육점의 고기 마냥 잘려진 사람의 다리 한 쪽이었다. 그 여자는 그 다리를 보며 겁에 질려 소리를 질렀고 이상하게 나는 다음은 내 차례겠구나- 꿈 속에서 담담하게 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내 앞의 여자는 살고싶다며 울부짖었고 위에서 웃음소리가 나서 쳐다보니 웬 모르는 남자인지 여자인지 어떤 사람이 "다음은 너야-" 하면서 우릴 내려다보며 웃고 있었다. 꿈에서 훅-하고 깨어났다.
너무 무서웠지만 이런 무서운 꿈을 여러 날 반복해서 꾸고 우울에 빠지다보니 안되겠다 싶어서 헬스장 3개월권을 끊었다. 그리고 미친듯이 운동하고, 공부를 하다보니 전신 근육통으로 잠이 참 잘왔다.
스스로 잠시 웅크러드는게 자존감이 깎이는 일일까 싶었지만 쓸모없는 자존심까지는 내세우고 싶지 않아서 혼자만의 시간을 좀 더 가져보려고 노력했다. 신기하게도 시간이 어느정도 흐르다보니 적응도 되고 반대로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서 스스로 수치스럽더라도 이 힘듦을 외면하고 혼자만의 시간 갖기를 절대 회피말자-며 마음을 다잡고 있다.
20대의 내가 항상 마음 속에 품던 말이 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지금의 내가 다시 품고 싶은 말은
이 또한 지나가겠지만 지금 내가 흘린,
나로 인해 지어진 눈물들을 잊지 말자고.
'미아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죄책감 없이 쉬는 하루를 보냈다 (0) | 2019.12.08 |
---|---|
퇴근 후 공부하다 잠시 뻘짓 (0) | 2019.12.03 |
오늘의 일기 - 하네스 전문 제조(Assy) 업체 대승전자에서 일하다 (0) | 2019.12.01 |
인간의 평균 수명이 30세인 세상을 산다면 (0) | 2019.11.29 |
It's my first Posting! (처음으로 쓰는 글!) (0) | 2019.07.1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