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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소비 후기

영화 윤희에게 감상 후기

by Mia_Unnie 2019. 12. 12.

영화 윤희에게 포스터 1,2

 

영화 윤희에게 포스터 3

 

지난 주 금요일,

시험도 합격하고 후련하면서도 허탈한 마음이던 찰나 영화 한 편을 보았습니다. 제가 드라마 "밀회"를 본 이후부터 정말 좋아하던 희애언니가 그렇게 누군가를 찾아 다닌다는 영화 "윤희에게".

 

포스터 속의 모든 윤희(희애언니)는 잔뜩 움츠러든 거북이처럼 땅만 바라보고 다닙니다. 금방이라도 가슴 속에서 우러나오는 한숨을 내뱉을 거 같은 모습. 나온 한숨은 차가운 겨울 온도에 못 이겨 하얗게 변할 것만 같은 배경.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그녀의 초조함과 더불어 자신감 없는 모습, 그러면서도 마주하고 싶은 설렘에 멈추지 못하는 발걸음을 나타낸 모습들을 영화를 보고 나니 정말 윤희의 모습 그 자체를 잘 담은 포스터라는 게 느껴집니다.

 

 

한 아이의 엄마로, 구내식당의 식당 아줌마로 일하며 매일 똑같은 일상을 살아가는 윤희.

그녀에게 허용된 유일한 일탈은 퇴근 길에 자신의 딸 몰래 피우는 담배 한 대 뿐, 하지만 그 마저도 영화 속의 윤희는 담배를 태우던 중 한 중년의 남성이 지나가자 슬며시 자신의 얼굴이 보이지 않게 등을 돌리며 자연스레 고개를 숙입니다. 마치 죄라도 짓고 들켜 자연스레 넘어가려는 사람처럼 말이죠.

 

영원히 윤희의 기억 속에서 변치않고 그 모습 그대로 머물러 있는 사람을 윤희는 조심스레 다시 꺼내봅니다.

 

 

"윤희에게, 잘 지내니?"

이 한 문장으로 시작된 영화는 특별한 대사도 없이 그녀의 옷차림과 표정, 말투, 행동 하나하나로 그녀의 심경의 변화를 보여줍니다. 한 번도 자신이 갖고 싶은 무언갈 얻기 위해 부모가 원하는 루틴에서 벗어나는 삶을 살아보지 못했던 윤희.

 

영화 도입부의 윤희는 항상 같은 보라색 패딩을 입고 봉고차를 타고 다니며 구내식당으로 출퇴근을 합니다. 그리고 하루가 아닌 여러 날동안 출근하는 모습 속에서 그녀는 항상 같은 보라색 패딩을 입고 있습니다. 저는 정말 이 영화가 섬세하다고 느낀 건 그녀는 매일 입는 패딩 속에 항상 색조합이라고는 고려하지 않은 여러 겉옷을 껴입은 상태입니다. 그걸 보며 '아- 값 싼 패딩이어서 따뜻하지 않으니 저렇게 입었구나-'고 깨닳았습니다. 그녀의 경제적 삶이 풍요롭지 않은 걸 대사 없이도 저 단면적인 장면으로 보여준다는 점이 참 좋았습니다.

 

그 뒤 윤희가 다시 누군갈 만나기 위해 떠날 땐 딸도 보지 못했던 코트를 차려입은 엄마의 모습입니다. 혹한의 겨울같은 삶 속에서 하염없이 걸으며 지쳐있던 윤희에게 봄을 가져다 준 딸의 이름은 새봄.

"엄마 코트 예쁘다. 평소에도 좀 그렇게 하고 다녀."

라는 딸의 새침한 말에도 그녀는 희미하게 웃으며 본인의 모습이 그 사람의 눈에도 제법 괜찮게 보일지 염려하는 듯한 표정을 짓습니다. 영화관에서 눈물이 날 줄 알았습니다만 절제되고 억눌러진 윤희의 모습에 마음이 그저 먹먹해지는 영화였습니다. 

 

이 전에 해당 영화 배경이던 오타루를 고등학교 은사님과 함께 여행을 갔던 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느낀 오타루의 모습은 '고즈넉하다-'란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고요하고- 세월의 흐름이 보이는 건물들이 많아 지진의 피해가 다른 데 비해 덜 해 보이는 지역 같았습니다. 혼자 오타루를 걸으며 이런 저런 느낀 점을 이렇게 말하니 듣고 계셨던 은사님의 반응이,

 

"우리 미아가 이제 정말 나이가 들긴 들었구나~

이런 걸 보면서 그렇게 느끼고 표현할 줄 알다니 선생님은 새삼 놀랍다.

네가 이렇게 섬세한 애였다니, 고등학교 땐 완전 장난끼 많고 선생님 걱정시키는 애였는데 말이지!"

 

라고 말씀 하시는데 누가 국어선생님 아니시랄까봐..가끔 선생님이 하신 말씀을 들으면 오그리 토그리 모드였다가도 제 마음을 뭉클하게 움직이실 줄 아시는 선생님은.......

제 마음의 루시퍼 (윙크

 

아무튼 오타루는 야경이 정말 작고 수 많은 빛이 예쁘게 빛나는 곳이었습니다. 반짝반짝- 이라는 표현이 생각났네요.(하루 빨리 아베 정부가 정신차려야 일본 여행도 다시 갈 수 있을텐데 말이죠-)

영화 '러브레터' 촬영지와 오르골 및 유리 세공 등으로 정말 유명한 곳이라, 그 때 은사님이 제게 웃으며 말씀하셨던 기억도 나네요. 

 

"나중에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분과 같이 또 오렴- ^^"

 

 

 

아쉬움에 영화 스틸컷도 찾아봤는데 너무 좋네요. 올해가 가기 전에 한 번 더 봐야겠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아쉬운 마음에 찍어본 사진

영화 윤희에게 감상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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